2018년 12월이 끝나가면서 돌이켜 보면 올 한해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 중에 가장 기뻤던 일은 이번 2018년 한국 건축사 시험에 응시해서 한 과목 패스를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시험을 응시하고 비행기표를 예약을 한 후 진행되는 사무실 일들 하느라 많은 시간을 공부에 보내지를 못하다가 9월 시험 3-4달 전에 좀 적극적으로 시험 공부를 할까 계획을 잡았었습니다.
그런데, 6월 초에 제가 있던 162가 사무실 2층 전체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같이 2층에 있던 다른 사무실보다 제 사무실의 피해가 굉장히 컸었습니다. 1층 현관문을 부수지 않고 들어온 사실에 도둑이 들은 후에도 불안감이 가시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8월에 사무실 이사를 가기 위해 랜로드에게 2달 노티스를 부탁을 하니, 다른 이유도 아니고 도둑이 들었었기에 랜로드에게서 알겠다라는 답변을 받고 다른 사무실을 찾다가 지금 188가 사무실을 찾아서 계약을 했습니다. 계약을 하고 몇일이 지난 후 162가 랜로드에게서 2달이 아니라 6달을 있어달라는 요청을 변호사를 통해서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랜로드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이 중간에 얼마의 돈을 벌기 위한 변호사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2달 노티스는 취소를 하고 새 사무실은 계약이 되어진 상황에서 공사도 시작도 못하고 9월에 한국 건축사 시험을 치기 위해 한국에 갔습니다. 시차적응 때문에 하루 이틀 고생을 하고 시험 치기 며칠 전에 그나마 공부를 조금 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시험 당 일에 시험장까지 제도판과 제도용구를 들고 전철로 이동해서 조금 일찍 왔습니다. 시험 전까지 커피를 마시며 한국의 법적 규격과 크기등을 또 조금 더 공부를 했습니다.
시험이 시작되고 대략적인 지문 해석과 해결 방안을 짜내고 계획을 잡아서 스케치를 하며 공간 구성을 했습니다. 계획이 막히지 않고 빨리 잘 나왔기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본격적인 제도를 시작을 했습니다. 치수선을 다 그리고 이제 벽체를 그리려고 하는데, 제가 그만 치수선을 실수로 잘못 그려 버렸습니다. 한 개를 잘못 그리면 모두 연결이 되기에 그 모든 선들을 다시 지우고 다시 맞는 치수로 그렸는데 거기에 벌써 시간이 많이 소비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때부터는 정말 정신없이 선을 긋기 시작을 했고 시험 감독관이 시험생들에게 알리는 남은 시간을 듣는 순간 마음은 급하고 빨리 끝나지는 않기에 손이 떨리기 시작 하더군요. 도면 그리는데 25년 이상 보낸 도면쟁이가 손이 떨린다는게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30분 남았습니다. 15분 남았습니다. 5분 남았습니다”라고 알리는 소리를 들으며 가까스로 도면을 완성 시키고 샤프와 삼각자를 제도판 위에 올리고 시험 용지를 제출하는 순간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었습니다. 그렇게 3시간의 시험이 끝나고 중간 휴식을 가지고 다음 3시간의 시험을 치뤘습니다. 총 6시간의 시험이 끝난 후 배가 고픈지도 모르며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더 무거워진 제도판을 들고 아쉬움을 가지며 돌아갔었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 아주 망친 건 아니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만족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뉴욕으로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안에서 이제 시험에 대해서는 잊고 돌아가서 공사해야 하는 컨셉과 디자인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아이패드에 여러 스케치를 비행기안에서 하며 대략 디자인의 결정을 잡고, 전반적인 공간의 분위기와 색감등을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돌아와서 공사를 시작하고 빨리만 끝날줄 알았던 공사가 거의 2달이 걸려버리고, 162가 기존 사무실에 서브렌트로 누군가를 찾기위해 알아보며, 공사마무리와 이사 준비를 했습니다. 이사를 조금씩 해나가며 188가 새사무실 마무리 정리를 하고 162가 서브렌트를 보여주며 바쁘게 알아보다가 들어오고 싶다는 몇몇 사람들 중에 가장 조건이 맞는 분과 제 사무실 전체를 서브로 가지는 거로 계약을 하고 완전히 188가 사무실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한국 건축사 시험 결과 나오는 날짜를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날짜를 보니 결과 발표가 나온 2일 후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제 수험번호를 보는데 한 과목이 패스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기뻤고 또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한국 건축사 시험은 많은 학원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가 미국에 오래 살면서 예전에 한국에서 쓰던 mm 의 개념은 많이 잊혀진 상황이고 지금은 inch 로 많이 사용을 하고 있기에 제게는 너무나 어려운 시험 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국에서 작은 월급과 거의 매일 10시까지 야근을 하며 설계를 했었던 그 고생했던 경험이 지금 이 순간에 도움으로 왔었던 거 같습니다. 매일 힘든 설계를 하면서 많이 후회도 했었는데 그 어려웠던 한국에서의 설계 경험이 25년이 훨씬 지나서 제게 도움이 되어 주었습니다.
1년에 한번 있는 한국 건축사 시험에 이제 한 과목을 더 패스를 하면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도면을 그리는 사람이 건축사” 라는 제 철학이 있기에 손으로 도면을 그리는 한국 건축사 시험은 제가 정말 가지고 싶은 자격증입니다. 조금 더 노력을 해서 나머지 한 과목이 패스되어 한국 건축사 시험이 되면 한국 건축물에 대해서도 설계를 하게 되는 기회를 만들 계획입니다.